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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세이 '아무튼, 술' 나의 감상, 리뷰, 흥미로운 점

by 녹색연필 2023. 7. 11.

아무튼, 술

 

아무튼, 술 개인적인 감상

'아무튼, 술'은 '다정소감'으로 알게된 작가님의 책이다. '다정소감'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던지라 작가님들의 다른 책들이 참 궁금했었다. 엄지언니가 추천해주신 '아무튼, 술'이 왜 우리 학교에는 없었던지... 올 해에 도서를 신청하고, 이제야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술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소주가 아직도 쓴 맛이 나는 걸 보면 술맛을 모르는건지, 아니면 40이 넘도록 인생의 쓴맛을 못봐서 그러는건지.. 술이 맛있어서 먹어본적은 와인과 샴페인 말고는 없던 것 같다. 그래도 술을 싫어하지 않는 이유는, 술로 인해 유연해지는 대화의 분위기가 좋아서이다. 평소에는 나사가 하나라도 풀어지면 큰일이 날 것 처럼 다부지게 부여잡고 있다가 '술'을 명분으로 나사 하나정도는 풀어도 된다는 무언의 허용 때문인 듯도 하다. 나, 너, 그리고 '우리'가 서로 서로 나사 하나씩만 풀어도 이야기가 참 재미있게 흐르고, 베일에 싸여 잘 알지 못했던 상대의 진면목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술 한잔은 영혼과 영혼을 좀 더 가깝게 이어주는 도구로써 이만큼 훌륭한 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술에 대한 나의 추억​

문제는 그것이 지나쳤을 때인데.. 바야흐로 십수년 전, 매우 잘 맞아서 행복한 시기를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회식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우리는 이 모임이 너무 좋아 모임의 이름까지 지었었다. '신00 4학년 모임'이라는 의미로 그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의 제목을 따 '신사의 품격'이라고 지칭하며 그렇게 좋아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고진감래'라는, 소주와 콜라의 완벽한 조화를 처음 경험했고, 4학년 모임을 떠올리면 고진감래부터 떠올랐다. 불과 몇 시간 뒤의 일은 생각하지 않은채, 몽글몽글했던 술자리의 분위기와 달콤 쌉싸름했던 고진감래에 취해, 대학교 때에도 안해봤던 '길거리에 전 부치기'를 하고야 말았다. 이후에도 부장님께서는 안부를 물을 때, '요즘은 어떻게 전은 잘 부치고 있어요?'라고 물으신다.ㅎㅎㅎ 그 때의 경험이 너무나 괴로웠다. 자연분만을 안해봐서 출산의 고통은 모르지만, 술로 고통받는 내 장기들이 대거 항의하는 것처럼, 꼬이고 꼬이고 꼬여서 더는 꼬이지 못할 것 같을 때 조금씩 숙취가 해소되었다. 나만 느끼는 그 숙취의 고통이 너무 외롭기까지 했다. 모든 것에는 좋은점과 나쁜점이 공존하듯, 그 날 이후 나만의 해장 방법도 알아냈다. 그 때 당시 오빠는 나에게 해장으로 '바나나 우유'만한 게 없다고 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속을 달래준다고 했다. 슈퍼에는 아무리 봐도 바나나 우유는 없고, 할 수 없이 꿩 대신 닭으로 '딸기 우유'를 사서 먹었는데... 딸기 우유를 먹고는 진정되는 듯 했던 속이 다시 울렁거리고, 먹은 것을 모두 게워내고, 위에 들어 갔다가 나온 딸기우유의 냄새를 맡고 다시 게워내고.. 이건 뭐 끝도 없는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토하면서 욕만 안했지, 오빠를 원망했다.

​그리고 다음 리뷰

숙취는 풀어지지 않아 고통스러웠는데, 그날은 해가 참 쨍쨍했다. 그런 해를 보면서,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저 해는 아랑곳하지 않는구나~'라며 멀쩡하게 비춰주는 해까지 원망했던 날... 그러던 중 퇴근 길에 우연히 손에 들린 소다맛 '뽕따'는 나의 구세주였다. '뽕따'가 한입 입에 들어가는 순간, 이것이 나를 고통에서 구원해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기대감에 부풀어 '뽕따'를 쭉쭉 빨아먹고는 곤두서 있는 뱃 속의 장기들이 모두 제 자리를 찾았다. 그 이후로 속이 좀 안좋다 싶을 때엔 '뽕따'를 찾게 되었고,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뽕따' 전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길거리에 전을 부친 이후로는 절대.. 술을 지나치게 먹지 않는 다는 것. 그날 이후 십순년이 지났지만, 숙취로 고생해본 적은 없다. 다만 술자리를 적당히 알맞게 즐길 뿐~ '아무튼, 술'은 잠자고 있던 나의 과거 기억들을 꺼내보게 했고, '신사의 품격' 모임이 그리웠다. 인천에 있을 때엔 종종 모임을 가졌는데, 이제 언제가 되려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 술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 되었던, '술이 내는 소리'에 대한 글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독자로서 참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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